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겨울은 특히나 없는 이에게는 더 서럽고 춥게만 느껴집니다. 겨울의 한 귀퉁이에서 만나게 된 서울대 전철역 3번 출구... 몸도 성하지 않고 발음도 부정확하지만 그래도 세상과 맞서 살아가야 하는 한 소년의 겨우살이를 보았습니다. 요즘들어 가끔 안 보이는 날도 있어 괜한 걱정도 들지만, 그 소년이 거리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오르내리는 계단 한 귀퉁이 발음도 부정확하고 제대로 서 있기도 힘에 겨운지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 앞에는 한 다발의 껌이 놓여 있습니다. "껌 하나만 팔아주세요." 그 외의 어떤 말도 그 소년은 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같은 말만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양복을 빼 입은 젊은 샐러리맨도, 곱게 차려입은 어여쁜 아가씨도, 소년과 같은 나이 또래의 학생들도 그저 즐겁게 그 앞을 지나갈 뿐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그 소년의 모습은 단지 한 번 훑어보고 지나가는 상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껌 한 통에 500원! 그 돈이 비싸서 지나가는지, 아니면 그만한 돈이 없어서 지나가는지 소년도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소년은 손과 발이 어는 것도 모른 채 검은 비닐봉투 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듯한 껌다발들을 매만지며 또 다시 이렇게 소리칩니다. "껌 하나만 팔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