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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불우한 이웃을 돌아 볼 줄 아는 설이 되었으면...px

작성자
염**
작성일
2002-02-12
댓글
0
조회수
1680
본격적인 설을 앞두고 가족 단위로 뭉치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빨리 그 대열에 끼어야지 하는 마음에 서둘러 큰 집에 갈 채비를 차렸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나오면서 한 군데 들를 곳이 있어서 아이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데려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마도 잡시 후 만나 뵐 분이 아이들이 가면 더 반갑게 맞으실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남편은 설 연휴에도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세 식구를 그 곳 까지 태워다 주었습니다. 그 곳은 바로 제가 몸 담고 있는 교회에서 자매 결연을 맺고 있는 독거노인 할머니댁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가족도 없이 쓸쓸하게 홀로 사시고 계십니다. 오늘 같은 날,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더더욱 그리우실 것 같아 일부러 찾아 뵈었습니다.

할머니 댁까지 우리 세 식구를 태어다 준 남편에게 들어가서 세배라도 드리고 가라고 했더니, 남편이 순순히 따라 들어 왔습니다. 남편까지 데리고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하신 할머니께서 화들짝 놀라셨습니다. 저희 네 식구가 할머니께 세배를 드렸을 때, 할머니께서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제 남편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하셨던지... 오히려 제대로 복장도 갖추지 않고 세배를 드린 저희들이 죄송스럽게 생각 될 정도였습니다.

남편은 세배 후에 바로 가고 아이들과 저만 남아 할머니께 드리려고 가져 온 물건들을 개봉했습니다. 그에 앞서 할머니께서는 세배를 받았으니 세뱃돈을 주어야 한다며 굳이 아이들 손에 천원짜리 한장 씩을 쥐어 주었습니다. 할머니의 성의를 무시 할 수 없어서 그냥 받았지만, 정말 제가 송구스러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설을 앞두고 떡국 한 그릇 못 얻어 먹으실 것 같아서 떡국 떡과 고기 그리고 다른 친구가 아침에 할머니 드리라며 주고 간 갖은 전과 밑반찬들. 게다가 매달 드리는 돈 5만원까지. 그것을 받아드신 할머니께서는 다시한번 눈물을 흘리시며, 나이도 어린 나에게 "감사합니다.제가 무슨 복이간데..."하며 두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정말 창피했습니다. 여기 오기전 저는 할머니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그냥 의례적인 행사처럼 이 곳을 방문 했던 것입니다. 구정연휴라 적십자에서 나눠주는 점심 도시락도 끊기고(할머니께서는 이 한 끼로 세 끼를 해결하고 계십니다.) 찾아 줄 이 아무도 없는 할머니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제게 맡겨진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방문을 했으니... 정말 반성이 되었습니다.

설날이라고 가족끼리 모여 오손도손 정을 나눌 때, 불우한 이웃들의 가슴은 더욱 아프다는 것을 헤아릴 줄 아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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