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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아름답고도 감동깊은...*^^/

작성자
한**
작성일
2003-10-31
댓글
0
조회수
978
추석을 앞둔 어느 날이었어요. 저는 아들 호현이와 함께 쇼핑을 하러 가려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한참을 서 있는데 저만치서 허름한 옷을 입고 가방을 맨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걸어오더군요. 순간 저희 아버지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모습이 비슷하던 그 아저씨는 우리 가까이 오더니 내 옆에 있는 교복 입은 학생에게 대뜸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으셨어요.
그 학생은 당황해서인지 모른다고 말했고 옆에 있었던 제가 9일이라고 대답을 했지요. 그랬더니 아저씨는 ‘추석이 얼마 안 남았네. 밀린 임금을 받아야하는데’하시면서 이번에는 교복 입은 학생에게 공부하는 학생이 날짜도 모른다고 마구 핀잔을 주는 것이었어요. 나는 점점 고지식했던 아버지와 정말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우리 아들에게 “아가야. 몇 살이냐, 이름은 뭐냐”고 물으시더군요. 우리 아들은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하는 세 살인데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어요.
제가 나서서 아이의 나이와 이름을 답하니까 아저씨는 아이의 손을 잡고는 자신의 손주보다 나이가 어리다며 육십둘이 되도록 일을 손에 못 놓고 이렇게 다니는 것이 다 손주들 때문이라고 혼자말처럼 말씀하셨어요.
그분과 대화를 나눌수록 그분은 우리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느껴졌어요. 아저씨는 아기가 엄마를 안 닮아서 아주 잘생겼다면서(?)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어 우리 아들 손에 꼭 쥐어주셨어요. 그리고는 아이스크림 사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버스를 타고 사라져버렸지요.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나와 내 아들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듯 했어요. 천 원짜리를 받아든 아들도 뭔가 어색했던지 그 돈을 구겨서 버리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돈을 대신 받아 쥐고는 아저씨가 타고 떠난 버스를 바라보았어요.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보고 있자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요.
저희 아버지는 작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다가 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제 직업은 간호사였지만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버지가 숨을 거두신 상태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식어가는 아버지의 손과 발을 붙잡고 아빠를 부르면서 일어나라고 부르짖어도 무심한 아버지는 아무 대답이 없었어요. 저는 맏딸이었지만 결혼을 늦게 하는 바람에 9개월짜리 호현이가 아버지의 유일한 손주였어요. 호현이는 고생 많았던 아버지의 노년에 잠시나마 기쁨이었고 소망이었지요.
지금은 비록 호현이를 등에 업고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사진 한 장으로 밖에 남지 않았지만 호현이에게 먼 훗날에 두고 두고 이야기해줄 거에요. 할아버지가 얼마나 호현이를 사랑했는지를요.
오늘도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가방을 맨 허름한 옷차림의,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돌아보게 됩니다. 어려운 살림에 세 남매 대학 공부시키시느라 늘 고생만 하셨던 아버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겠지요.
아저씨가 준 천 원으로 호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어요. 생각 같아선 그 돈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지만 아저씨의 말대로 하기로 했어요. 우리 아버지가 준 돈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우연일지는 모르지만 저희 아버님도 살아계셨다면 62살, 꼭 그 아저씨 나이거든요.
이렇게 적다보니 아버지가 정말 보고 싶네요.

밑에 글 꼭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닷!!(추천두요)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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