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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노년의 아름다움d

작성자
정**
작성일
2002-09-07
댓글
0
조회수
484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시간

아파트의 아침은 어수선 합니다.
출근하는 어른들의 발길이 뜸해지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밝은 웃음이 조용한 아침을 깨우며 생동감을 주지요. 서둘러 친구의 부름에 뛰쳐나간 아이의 실내화를 들고 나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어머니의 모습도 아침에 볼 수 있는 정겨운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등교한 뒤 조용해진 아파트를 서둘러 나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 보입니다.
곱게 입으신 옷 위에 노란 조끼를 걸치고 호루라기를 손에 든 채 바삐 나서는 할머니를 따라가 보니 아파트 입구에 모인 실버교통봉사대원들이 계시더군요.
후곡마을 16단지 노인정(회장 이 기주)회원 40여명이 다섯 분씩 당번을 정해 매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도로 양 쪽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사람이 보이면 호루라기를 불어 막으시고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을 계도하는 교통봉사를 하십니다.
이곳은 후곡16단지 아파트와 17단지 아파트 진입로가 마주 보고 있고 버스정류장과 은행이 단지 양쪽에 있어 주민들이 무단횡단을 자주 하고 길가에 차량이 주정차 되어 있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에 사고가 잦은 곳입니다.
횡단보도와 횡단보도 사이에 아파트 진입로가 있어 주민들이 횡단보도를 내 달라고 민원을 제기 했다가 거리가 가까워 횡단보도를 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는 분이나 학생들이 아침시간 급한 마음에 무단횡단을 하고 낮엔 은행을 이용하려는 주부들과 근력이 약해 걷기 힘든 어른들이 무단횡단을 하기에 언제나 조심해서 운전하지 않으면 사고의 우려가 높은 곳입니다.
어린 학생들은 빙 돌아서 횡단보도를 이용해 손을 들고 안전하게 건너는데 어른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낮 뜨거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서 계도하는 이가 없었는데 노인정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파출소와 연계해 실버교통 봉사대를 발족해 일주일에 한 번씩 봉사를 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께서 지팡이를 들고 인도에 서서 호루라기를 불며 호령하시는 모습이 참 당당하고 멋집니다.
차의 흐름을 보며 도로를 횡단하려고 시도하던 아주머니가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뒷걸음치자 교통봉사대 할머니는 웃으시며 무단횡단 금지 지역이니 횡단보도를 이용하라고 손을 잡아끄십니다.
자전거를 타고 무단횡단을 시도하던 아저씨도 할아버지께 걸렸습니다.
긴 시간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따가운 아침 햇살 아래 서서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지도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 자녀 내 손자의 안전과 거리질서 확립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셔서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하시기에 힘든 내색을 안으로 삼키시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손을 흔들어 환한 미소를 보내며 두 시간동안 봉사를 하십니다.
누가 지키지 않아도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야 하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몇 발자국 걷는 시간을 아끼려고 무단 횡단을 일삼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습관이 되면 고치는 일은 쉽지 않기에 어렸을 때부터 횡단보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도록 자녀를 지도해야 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어른들이 위험하게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실버교통봉사대가 매주 교통질서를 바로 잡고자 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젊은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고 아침부터 뭐라 하면 기분이 상해 화를 내는 이도 있겠지만 부모님 같은 어르신이 나무라니 아무소리 못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바삐 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며 저 분은 다시는 무단횡단을 하지 않겠지 라는 기대도 가져 봅니다.
노란 조끼를 단정히 입고 목에 호루라기를 걸고 매섭게 교통지도를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런 할아버지 할머니의 작은 봉사가 불씨가 되어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해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반면 연약해 보이는데 놀랄 만큼 강인한 정신과 생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몸이 따라 주지 못해 힘든 어르신들이 관내를 돌며 청소를 한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분들은 매주 수요일 노인정에서 준비한 비닐 봉투와 집게를 들고 나와 아파트 단지 내와 아파트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봉사도 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월드컵 경기 때 서울시청을 가득 메운 응원단이 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세계 각국에서 이 모습을 취재해 우리 국민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이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것을 보며 젊은 사람으로서 고개가 절로 숙여 졌습니다.
담배꽁초와 휴지 음료수 캔이 든 비닐 봉투가 불룩해 지는 만큼 아파트경내는 말끔하고 깨끗하고 환해집니다.
어르신들이 깨끗한 거리 만들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늙은이들의 보잘것없는 힘이지만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 노인들에겐 큰 기쁨 아니겠어? 일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 하시던 회장님의 말씀이 아직 귓가에 쟁쟁합니다.
어르신들이 이렇게 거리 청소를 발 벗고 나서 본을 보이니 아파트 경내와 주변이 깨끗한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만 주민들이 깨끗이 해도 이 나라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큰 기쁨은 아무리 쪼개도 작은 기쁨을 만들 수 없지만 작은 기쁨이 하나하나 모이면 삶과 인생의 크고 소중한 기쁨이 되듯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 작은 봉사가 아름다운 씨앗이 되어 우리 사회 곳곳으로 널리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온 뒤끝이라 그런지 파란 하늘이 시리도록 곱습니다. 부지런한 할머니가 그동안 말리지 못한 고추를 내놓고 말리는 손길 위에 가을 햇살이 잠시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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