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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전신지체장애인에게 즐거움을 나누어준 고마운 여행사

작성자
김**
작성일
2002-09-27
댓글
0
조회수
583
지체장애인과 함께 하는 여행사

조은 여행사는 고양시에 회사를 둔 조그만 중소지방 여행사이지만, 전국 어느 여행사 보다 값진 봉사를 하므로 해서 고양시의 모든 기관, 특히 학교장들의 칭송을 받으면서 더 많은 이용이 이루어져 날로 발전하고 있는 관광업계의 모범적인 여행사이다.
2002년 8월 26일 일산홀트회관 앞에서 조은여행사의 버스가 나란히 출발을 하였다. 이 버스에는 홀트복지원 원생 36명과 복지회 직원 3명, 그리고 이들을 안내하고 도와줄 학생 자원봉사자 16명과 여행사 직원 8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모든 경비 일체를 부담한 고은여행사 최인하 사장의 배려로 신체장애로 한번도 여행을 다녀보지 못한 원생들을 위한 행사였다.
난생 처음으로 여행길에 오른 정신지체장애인 원생은 기분이 좋아 연실 웃으면서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해 하였지만, 학생 봉사자들이나 여행사 직원들은 아직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치 못하여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쩐지 낯설고 함께 어울리기에는 어색하기만 하였다.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봉사자들이 모두 한 사람씩을 맡아서 음료수와 과자를 먹여주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서로 잘 어울리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원생들이 너무 고마워서 과자를 같이 먹자고 나누어주어도 차마 입에 넣지를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였다. 이런 분위기를 없애주기 위하여 사장님이 직접 나서서 오락을 진행시키기도 하고 서로 스킨쉽을 할 수 있는 놀이로 점차 익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4시간 여를 달려서 속초 해돋이 광장에 도착하였다. 차가 바닷가에 서자 원생들은 차에서 내리려기 보다는 난생 처음 보는 바다에 넋이 나간 듯 함성만 지르고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차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연신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모습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는 것만 같았다.
차례로 모래밭에 내려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 원생이 바다로 다가가서 바닷물을 손으로 떠서 맛을 보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40년만에 처음 보는 바다이기 때문에 바닷물이 짠지 맹물인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이 원생은 바닷물이 묻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면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
약 1시간 가까이 바닷가에서 충분히 바다를 구경하게 한 다음에 설악산 숙소를 향했다.
숙소에서 들어서 첫날밤을 맞은 우리 일행은 지하 식당까지 가서 식사를 하는데 여간 애를 먹지 않았다. 봉사자들이 애를 쓰는 만큼 원생들은 미안한 마음으로 어쩔 줄을 모르고 자신들의 힘을 더하려고 하였다. 땀에 벤 봉사자들의 손을 잡고 미안해 하는 그들이 오히려 봉사자들을 겸연쩍게 만들었다.
각자의 방에 들어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원생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원봉사자들의 방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오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십시오."하는 인사를 하여서 봉사자들을 부끄럽게 하였다. 자신들은 편한 몸이라도 부모님께 그런 인사 한 번 드리지 못했음을 반성케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 때에도 역시 한 바탕 땀을 흘려야 했다. 역시 이런 곳에도 장애인 편이 시설이 갖추어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아침을 마치고 이제 오늘은 설악산을 관광하는 날이다. 물론 마음으로야 설악산 정상까지 가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이므로 신흥사만 구경하기로 하였지만, 자원 봉사자와 손을 마주잡고 어울려 가는 길에 그들은 참으로 행복에 겨워 해맑고 멋진 날을 즐기는 것이었다.
신흥사를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어느 원생이 살그머니 손에 쥐어주는 것이 있었다. 돈으로 치면 몇 푼 되지 않는 작은 선물 열쇠고리였다. 그 흔해빠진 열쇠 고리가 그렇게 귀하고 소중해 보인 적은 없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 왔음을 반성하고 이들의 맑고 순수한 영혼에 조금씩 함께 한다는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 간 곳은 낙산 해수욕장이었다. 이미 시즌이 지난 해수욕장은 썰렁하기만 하였지만 원생들은 너무 좋아서 모래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모래를 끼얹으며 모래 장난을 하기도 하였다. 모래성을 쌓는 사람, 두꺼비집을 짓는 사람, 모두들 모래밭에서 어린애들 마냥 좋아들 하였다. 잠시 후 우리는 원생들과 함께 자원봉사자들까지 모두 두 편으로 나뉘어 미니 축구시합을 벌였다. 불편한 몸으로 모래사장을 달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냥 서로 엉키고, 뒹굴고, 연거푸 넘어지면서 즐거워하는 원생들과 지원 봉사자들은 한데 엉켜 얼싸안고 뒹굴기도 하였다.
이렇게 신나는 판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였다. 비를 맞으면 혹시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싶어서 경기를 마치려고 했지만, 모래밭에서 마음껏 뒹굴고 노는 것이 너무 즐거운 원생들은 승부가 나도록 까지 계속하자고 졸랐다. 그러나 시간이 종료 되도록 까지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어쩜 승부가 나지 않은 채 경기가 끝난 것이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아쉬움은 남지만 서로지지 않았다는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니까 말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제 원생들과 친해진 자원 봉사자들이 아주 원생들과 함께 앉아 더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샤워를 함께 하고 나오니까 숙소에서 특별히 마련한 조개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서로 조개구이를 까 먹여 주기도 하고 받아먹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형, 아우, 언니, 동생이 되어서 어울려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이름답고 정겨운 모습이었다.
다음날 2박 3일의 마지막 날이었다. 강릉을 향하는 버스 속에서는 처음 떠날 때 서먹하던 분위기와 달리 서로 손을 잡고 음료수를 같이 마시기도 하고, 먹여 주기도 하면서 지치면 기대고 잠이 들기도 하였다.
여행사 직원들도 이제까지 장애인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난 듯 완전한 친구로 형제애로 서로를 보살피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제까지 장애인에게 가졌던 어떤 거리감을 벗어나게 된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수확이라고들 말하면서 다음 기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함께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일산 홀트타운에 도착하여 헤어져서 숙소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활기가 넘쳤고, 자원봉사자들이나, 여행사 직원들의 가슴에는 이제야 이 사회에서 관념에 젖어 있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벗어났다는 보람으로 뿌듯한 모습들이었다.
2박 3일 동안의 여행이 참으로 보람있고 즐거운 것이었다는 한 마음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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