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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늘 말을 아끼던 그 아저씨/

작성자
배**
작성일
2000-12-23
댓글
0
조회수
374
집을 떠나 먼 곳을 오래 떠나온 듯한 기분에 젖으며 집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그 때 내가 늘 살던 집이 어쩐지 낯설어 질 때를 우린 더러 살면서 느끼곤 한다. 그때 내 오랜 집보다 더 따사로운 얼굴로 집으로 돌아오는 이를 반겨주며 그 정든 고향보다 더 푸근한 웃음을 그 주름져 골깊어진 얼굴에서 갓 피우낸 꽃처럼 따사롭게 피워내주시던 그 분.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그 분은 내가 살고 있는 부산 당감동이란 아파트에서 수위로 일하고 얼마전 까지 계셨던 분이다. 집을 떠나 새벽 5시 정도 되면 그 분은 우리 아파트에 출근 하신다. 아직도 거의 모두가 잠들은 그 이른 새벽. 밤새 모여들던 검은 어두움들이 희끗한 새벽의 낯익은 어두움을 훔쳐 낼 때. 그 분은 구부정한 허리를 그 희뿌연한 어둠에 내밀고 밤새 길가의 흠집 난 곳을 애끓듯 찾아들며 그 헐어진 몸의 일부를 그 어둠에 버리고 간 낙옆의 상처들을 말끔히 치워내고 겨울로 접어들며 단정함을 잃어버려 헐어버린 꽃들을 그 넓은 화단을 찾아다니며 추스려주곤 하신다. 그 초라한 꽃을 방금 만지고 나오신 그 분의 구부정한 허리를 닮은 그 분의 금방이라도 덜 덜 떨것 같은 그 분의 구부정한 손을 보면 참으로 오랜 시간을 고생하다 이제는 참으로 그 고생의 끝을 접고픈 그런 손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아프다. 그런 날이면 난 늘 점심을 꼭 새로운 것으로 새로 준비한다. 따뜻한 국물이라도 대접하고픈 내 작은 마음때문이다. 김이 모락거리는 멸치국물에 새 하얀 밀가루 수제비를 그 김오르는 국물에 동동 띄우고 참깨와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냉장고에서 은근히 익고있는 몇조각의 김치면 그 분의 점심 한 끼는 그런데로 해결되는 것이다. 그 변변치 않은 음식 한 그릇 그 분에게 대접하는 날. 난 그 오랜 동안의 깊은 우울의 한 자락의 무게 만큼한 것을 저 아래오 흘러 버려 보낸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그렇게 우리의 이웃의 말없는 한 켠으로 계시던 그 분이 그 가을이 한참 시작 될 무렵 아무 말없이 보이지 않으셨다. 나중에 관리소 직원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론 그 분이 위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수술 준비를 하고 계신다 하였다. 평소에 너무 말을 아끼시어 그 살면서 알게 모르게 겪어셨던 그 구구절절한 삶의 아픔들을 가슴에만 묻어두시느라 그 안의 깊은 곳까지 그 무서운 병이 찾아들어 결국은 그렇게 되었는가 싶었다. 이제 그 분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소리를 듣고 그 분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오늘. 오늘따라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이 하늘이 잔뜩 무거운 눈 꺼풀처럼 내려 감긴다. 그 어둡고 칙칙한 하늘 어느 차가운 병호실에서 그 분은 어쩜 삶의 허망함과 삶의 그 무거움들을 한꺼번에 벗어던지고 참으로 그 긴 고통의 아름으로 부터 진정 자유롭고 싶으진도 모를 것 같이 느껴진다. 그 분의 쾌유를 이 글을 통해 꼭 빌고 싶다. 그리하여 그 폭넓은 그 분의 따사로움의 그 말없는 그 소 같은 웃음을 이 겨울에 외로운 이웃과 함께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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