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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눈물없는 졸업식

작성자
우**
작성일
2001-02-25
댓글
0
조회수
618
(눈물없는 졸업식)
얼마 전 학교 운동장에서 졸업생과 재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모인 가운데 졸업식이 거행되
었다. 교직생활에 몸담은 지 어언 23년째. ''인간은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는 말처
럼 스승과 제자지간에도 회자정리의 운명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올해도 아쉬움과 섭섭함을 남긴 채 5백 여명의 학생들이 정든 교정을 떠났다.
엊그저께 밤송이 머리의 앳된 모습으로 입학했던 그들이 어느 새 여드름이 생기고 콧수염이
자라 제법 어른스럽고 의젓한 모습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으니 새삼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게
된다. 졸업생들의 일부가 빠진 가운데 진행된 졸업식의 광경을 지켜본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예전과 같이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기야 요즘 졸업생들에게 고교졸업이란 학업의 마침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의 출발을 의미
하니 고교생활의 마침이 크게 아쉽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졸업식의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엄숙하고 진지해야 한다.
예전에는 교정을 떠나는 학생들이 못내 아쉬워하며 울음바다를 이루었고 마지막 떠나는 교
정을 뒤돌아보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담임선생님과 헤어지기가 아쉬워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더욱이 식장에서 재학생의 송사와 답사가 오갈 때는 울음바다의 절정을 이루었다.
요즘은 졸업식의 간소화 때문인지 송사와 답사조차 없고 수상식이 졸업식의 대부분을 차지
했다. 교장선생님의 회고사 때도 귀담아 듣기 보다는 옆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을 치
기도 했다.
졸업식 노래도 별로 석별의 정이 담기지 않았고 부를 때도 담담하고 명랑한 표정이 역력했
다.
사회분위기나 가치관이 물질만능주의와 극도의 이기주의에 젖어버린 탓일까?
고교생활이 그저 지나가는 학업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는 인상만 남겨줄 뿐이었다.
선생님과 사진 한 장 찍어 기념으로 남기려는 학생도 드물고 감사의 말 한 마디조차 없이
식이 끝나자마자 휑하니 돌아서는 학부모들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었으며 교직에 대한 회
의와 서글픔마저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이란 인사 한마디라도 하고 갔더라면 덜 서운했을 텐데…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만 탓할 수도 없다.
교사들은 과연 최선을 다해 제자를 가르치고 지도해 왔는지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사가 진정한 사표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이끌었다면 3년 동안 보살피고 인도해 주신 스승
께 감사의 표시와 함께 아쉬움의 정을 나누지 않았을까?
사제간에 뜨거운 정이 흐르고 이별의 눈물이 물바다를 이루었던 옛 졸업식 광경을 되찾았으
면 한다.
(우정렬. 부산 중구 보수동 1가 32번지. 혜광고 교사. Tel 253-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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