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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엄마처럼 따뜻하게 ‘학생 곁으로’,1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0-05
댓글
0
조회수
745
-‘홈스테이’벌이는 대구 감삼중 김춘선교사-


“스승과 제자 사이인 학교를 떠나니 학교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수업시간에 산만해지고 공부가 잘 안된다는 제 고민을 들어주시고, 옆의 친구를 괴롭혀서는 안 되는 이유를 찬찬히 일러주셨어요. 선생님 집에서 하룻밤 지내고 나니 엄마처럼 느껴져요.”-최성민군


대구 감삼중학교 2학년4반 40여명의 아이들은 매주 금요일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 날이 되면 2~3명씩 짝을 이뤄 담임선생님 집에서 1박2일 동안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홈스테이날’로 불리는 이 날에는 힘센 학생과 약한 학생,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 등 서로 다른 입장의 학생이 한 이불을 덮고 자게 만들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게 한다. 또 학생 개개인이 안고 있는 가정·이성문제, 교우관계 등 학교에서 선생님과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한다.


홈스테이를 통해 ‘엄마 같은 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김춘선 교사(50). 지난 98년 7월 2년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온 김교사는 정년퇴직으로 갑자기 학교를 떠나게 된 한 선생님의 학급을 2학기 중간에 맡았다.


그 학급에는 학교에서 소문난 ‘문제아’가 있었다. 급우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학급 분위기를 휘어잡아 김교사 역시 어쩌지 못했다.


체육교사 출신으로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자 남편은 ‘집으로 한번 데려오라’는 뜻밖의 말을 했다.


문제의 학생을 집으로 초대해 1박2일간 함께 요리도 만들고 산책도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여자 선생님에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은 몰래 남편에게 털어놓기도 했다는 것.


그날 이후 김교사는 그 학생에게 틈나는 대로 칭찬을 하며 최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랬더니 뜻밖의 반응이 나타났다. 차츰 학급 분위기를 흐리지 않더니 좋은 쪽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체육대회 응원상, 수학여행 우수학급상을 받게 만들 정도였다.


홈스테이에서 뜻하지 않은 성과를 맛본 김교사는 지난해 다시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학급 전 학생을 차례로 매주 금요일에 집으로 초대했다. 학교에서 볼 수 없었던 학생의 성격 등 작은 것부터 흡연·학교폭력·왕따 등 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정불화로 우울증을 얻은 학생의 부모를 만나 자식의 고민을 이야기함으로써 명랑함을 되찾게 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못내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받게 해주기도 했다.


또 가정형편으로 포경수술을 받지 못했다고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학생은 남편의 친구 병원에서 무료수술을 받게 해주기도 했다.


올해 역시 2학년 담임을 맡은 김교사는 홈스테이를 강제로 하지 않을 테니 원하는 학생들은 신청해달라고 했다.


김교사는 “두 아들이 미국 유학중이어서 방도 남아돌고 남편이 개인사업을 해 시간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유난을 떠는 것 같아 다른 동료교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에게 관심과 칭찬을 건넴으로써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어 좋다”며 “내년에 다른 학교로 전근가서도 ‘홈스테이’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조현석기자 chs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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