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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그들의 노래는 아름다운 詩" ;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1-15
댓글
0
조회수
519
“악보를 못 읽어도, 발음이 부정확해도 그들의 노래는 진정으로 아름답습니다.”

9일 저녁 서울 정신지체 청소년합창단 ‘다함께’의 창단 10주년 특별콘서트가 열린 건국대 새천년관. 하얀 셔츠에 파란 나비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선 정신지체아 용수(14)군의 어머니 오영자(39)씨는 동갑내기 남편 임윤혁씨의 손을 꼭 잡고 소리죽여 ‘보리밭’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임씨도 정신지체 2급 장애인. 오씨는 “6년째 아들의 연습장을 따라다니며 열성을 다해준 남편과 말도 몇마디 못했지만 이젠 의젓하게 노래하는 용수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정신지체, 자폐, 다운증후군 합창단원 41명은 공연장을 ‘사랑’과 ‘희망’의 ‘음표’로 가득채웠고, 서명회 등 후원자들과 관객 600여명은 곡마다 전해져오는 감동에 행복해했다. 공연 3부에는 서울 팝스오케스트라의 축하연주로 공연장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2시간 남짓 흘러 마지막 앙코르곡 ‘희망의 나라로’가 끝나자 팝스 단원들과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합창단의 ‘10살 생일’을 축하했다.

96년 합창단의 일본 공연 때 인연을 맺은 후쿠오카현의 정신지체아 부모모임 ‘손을 맞잡고’ 회원 13명도 참석했다. 중증 정신지체 타쿠야(14)군의 어머니 마루모토 마사코(48)씨는 “아들이 노래에 푹 빠져 공연 내내 지휘하는 모습을 흉내냈다”며 “일본에서도 이런 정신지체 노래공연은 보지 못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가수 백지영을 좋아한다는 김재옥(여·17·정신지체 3급)양은 “오늘 실수를 별로 안해 기쁘다”며 “노래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했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정신지체아들의 합창은 사실 치료효과가 매우 높다. 지휘자 윤찬국(35)씨는 “노래를 부르면 발음이나 집중력이 좋아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된다”면서 “처음 줄도 잘 못서던 이 아이들이 발전하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그러나 한곡을 외워서 부르기란 쉽지 않다.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한 뒤 하루에도 몇시간씩 반복해서 듣는다. 아이가 평소 산만하게 움직이다가도 연습시간이면 신기하게 꿈쩍도 않고 노래에 열중한다고 어머니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창단멤버로 표창을 받은 이다영(여·20·정신지체 2급)양의 어머니 이은주(이은주·46)씨는 “10년간 활동으로 우리 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김민식기자 callin-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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