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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1명 보금자리 지켜줄수 있었으면" ,

작성자
이**
작성일
2000-11-29
댓글
0
조회수
562
<이춘덕-이현숙씨 운영 "효경원" 은행이자 못내 경매위기>



호흡기와 두뇌에 장애가 있는 두살배기 강수는 서울 마천동에 있는 불우이웃의 집 ‘효경원’에 산다.

“어구 이 녀석, 또 똥 쌌구나.”

효경원의 엄마 이현숙(여·33)씨는 강수의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번쩍 들어 품에 꼭 안고 뺨을 부벼댔다.

강수는 왼쪽 머리뼈가 자라지 않아 오른쪽만 커다랗다. 콧구멍은 선천적으로 막혀있어 입으로만 숨을 쉰다. 입을 벌리고 쌕쌕거리는 모습이 힘겨워 보이지만 두 눈은 언제나 서글서글 웃고 있다. 작년 9월 인천 한 성당에 생후 2주 만에 버려졌던 강수는 이 집에 온 뒤론 최고 귀염둥이다. 중풍을 앓아 여기 사는 정고은(여·31)씨가 아들로 입적시켜서 법적으로도 어엿한 엄마를 가졌다.

이 곳엔 강수 같은 장애아와 의지할 곳 없는 노인 14명이 가족처럼 모여산다. 83년 겨울 이춘덕(여·47) 원장이 마련한 집이다. 73년 서울교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10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던 이씨는 82년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난 뒤 인생이 바뀌었다.

“네 식구가 단칸방에 살면서도 엄마는 불우이웃을 도왔어요. 엄마를 하늘로 보낸 뒤 내가 그 일을 잇겠다는 결심이 섰지요.”

이씨는 학교를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사회복지원을 다녀 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교사 퇴직금 2000만원으로 당시 판자촌이던 마천동에 초가를 하나 사서 갈 곳 없는 노인들을 모시기 시작했다. 버려진 아이들, 장애인들도 하나 둘씩 왔다. 87년 성당에서 만난 고등학생 이현숙씨가 합세했다. 17년 동안 이 집을 거친 이웃은 20여명.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여기 와 웃음을 찾는 걸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봉사의 길에 들어서 서른을 훌쩍 넘긴 이씨는 “20대를 화려하게 보내진 못했지만 훨씬 큰 것을 얻었다”며 웃었다.

이들은 87년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건물을 5층으로 늘려 1~3층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며 집을 운영했다. IMF 이후 원생이 반 이하로 줄자 작년엔 이 원장이 병원 간병인으로 일해 매달 100만원씩 벌어왔다. 하지만 올겨울 이들은 더 추워졌다. 건물 지을 때 빌렸던 은행돈의 이자를 연말까지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무 욕심 없이 살아온 두 여인은 ‘한 가지 소원’을 수줍은 듯 말했다. “가난한 이들의 보금자리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 이규현기자 whi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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