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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푸른 눈의 天使''

작성자
임**
작성일
2001-04-07
댓글
0
조회수
729
“두 아들 걱정하는 시한부 어머니, 그 마음이 아려서…”

“두 아이의 어머니를 살려달라는 게 아닙니다.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6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가복지병원.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가난한 불치병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의탁하는 이 병원 702호 병실에는 자궁경부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정유순(41·여)씨가 힘없이 누워 있었다. 이제 두 달여의 생을 남겨놓은 정씨의 야윈 얼굴을 백안의 쉴라 콘웨이(50)씨가 쓰다듬고 있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중인 콘웨이씨가 정씨를 만난 것은 지난 3월 초. 작년 8월부터 이 병원에서 생을 마치는 가난한 환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하는 호스피스(Hospice) 활동을 벌이던 콘웨이씨는 정씨 모자를 보는 순간 자리를 뜰 수 없었다고 한다. 남편과 헤어진 후 어렵게 두 아들 성기(16)·창기(11)군을 키워온 정씨가 생의 마지막 길목에서 자식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남편과 이혼하고 두 딸을 홀로 키운 자신의 경험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콘웨이씨는 “죽음을 앞둔 병실의 어머니가 등교하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밖이 추우니 꼭 점퍼를 입고 가라’고 말하는 것을 보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돌아가는 길에 펑펑 울고 3일 동안 흘러나오는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몇날 밤을 고민하던 콘웨이씨는 “정씨가 세상을 편안히 떠날 수 있도록 뭔가를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호소했고, 또 자신이 사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담벽에 한글과 영문으로 도움을 호소하는 벽보를 붙였다.

콘웨이씨는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입구에서, 외대 교수와 학생들 그리고 한국 거주 외국인 영어강사들 20여명과 함께 러시아어 헝가리어 등 각국 언어로 된 노래와 시 낭송회 겸 모금 행사를 갖는다. 그는 “죽어가는 어머니에게 남은 아이들의 생계와 성장을 사회가 따뜻한 관심으로 돌봐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며 “정씨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주 토요일 모금 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태생으로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던 콘웨이씨는 96년 한국을 방문했다가 ‘알 수 없는 끌림’ 때문에 한국에서 살게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한’의 정서가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의 그것과 너무 비슷해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콘웨이씨는 “서대문 형무소에 있는 ‘눈물의 포플러 나무’ 앞에서, 일제 시대 사형장에 끌려가던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나무처럼 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한을 달래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구기자 roadrunne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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