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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공유

[1000자 감동사연]잊을 수 없는 친구,

작성자
살**
작성일
2000-09-28
댓글
0
조회수
876
※ 아래 내용은 코오롱그룹내에서 지난 8월 시행한 [사내 1000자 감동사연 공모전]에 응모된 내용 중 우수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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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6학년 교실 뒷편에는 예쁜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6학년이 되면서 부터 나는 매일 그 연못을 지나 등하교를 하였다. 마치 눈도장이라도 찍는 것처럼...

우리반에는 보성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시험만 치면 늘 1등하는 친구였지만, 담임 선생님은 그 친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늘 불평스런 얼굴로 그 친구를 대하셨다. 아마 그 친구의 집이 아주 가난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짐작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여동생 그렇게 셋이서 힘겹게 산다는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성은 항상 밝고 성실히 생활하였고, 나는 그런 보성을 좋아했다.

보성은 화장실 청소를 자주 했다. 숙제를 거의 안해오기 때문이다.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담임 선생님께서는 여느 때처럼 숙제검사를 하면서 숙제 안해온 아이들의 손바닥을 다섯대씩 내리치셨다. 보성이도 어김없이 손바닥에 빨간 줄을 다섯개를 그었다. 숙제검사가 다 끝나고 종례인사를 할 때 쯤, 보성이가 갑자기 큰 소리를 쳤다. "선생님 현석이도 숙제 안해왔는데 왜 우리들만
때리시는 겁니까?" 순간 교실전체가 조용해 졌다. 사실 여지껏 현석이가 숙제를 해온 적이 없었으나 담임 선생님은 한 번도 현석의 숙제를 검사하신 적이 없었다.
현석의 어머니가 우리학교 육성회 회장님이신데다가, 본인이 현석이의 과외선생님이기 때문이었다. 보성의 큰 소리에 다소 놀란 듯한 담임 선생님은 이내 격양된 목소리로 "야, 김보성 너 이리와봐!"라면서 보성의 자리로 성큼 가시더니 묵지한 야삽자루
몽둥이 뒷쪽으로 보성의 머리를 내리치셨. "빡............." 나는 태어나서 지금 까지 이처럼 무서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날 이후 보성은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나는 보성이가 `신문배달 하느라 바빠서 숙제를 못해오는구나'' 생각했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숙제를 못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숙제를 안하는 것이었고 담임 선생님께 무언의 반항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긴 항상 부지런하고 늘 1등하는 친구가 그깟 숙제를 못할리가 없지...''

그렇게 그해 1학기는 지나갔다. 즐거운 여름방학도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기초 학교 환경정화운동이 시작되었고 우리반은 연못 바로 뒷편에 있다는 이유로 연못 조경 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금의 연못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고 조경도 엉망이라는 이유로 연못 주위를 깔끔하게 새단장하라는 지시였다. 완전히 종노동을 초등학생들에게 시킨 것이다. 여학생들은 연못 주변의 잡풀을 뽑고 흙속의 돌을 가려내고 주변 청소 등을 하게 되었고, 남자들은 조경으로 세워둔 연못 둘레의 수박 크기만한 돌들을 새돌로 교체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정도 일이라면 당연히 인부들을 시켜야 했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그런 일을 시킨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틀간에 걸친 이 노가다는 정말 우리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벅찼다.
둘쨋날 일이었다. 반장인 현석이는 오늘도 교실을 지키는 막중한(NULL) 임무를 다하고 있었고 우리들은 힘들디 힘든 노역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석이가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선생님! 선생님!" "응 현석이구나 왜NULL 무슨일 있어NULL" "네, 선생님. 보성이가, 보성이가 막 때리려해요. 그리구 저더러 교실에서 나가래요" 아마 보성인 혼자 놀고 있는
현석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뭐, 이놈이 또. 개새끼" 성난 황소가 된 담임은 옆에 놓인 삽자루를 들고 교실로 달려갔다. 어느 누구도 이를 말릴 사람도, 또한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막 보성이가 교실을 나와 연못으로 오던 참이었다.
"빡......" 무지막지한 담임의 삽자루 내리침에 보성은 그자리에서 쓰러졌고, 보성의 얼굴은 이내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나는 보성에게 달려갔다. 어느 누구도 그 잔인한 상황에서 감히 나설 수 없었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보성에게로 달려갔던 것이다.
"보성아, 보성아!! 선생님, 보성이가 죽어요. 선생님.... 흐흑" "빨리 양호실 보내라"
담임은 보성의 피범벅된 얼굴을 보더니 이내 제정신으로 돌아 왔는지 아니면 다소 겁을 먹었는지 더이상은 화를 내지 않으셨다. 다행히 보성은 이마가 찢어져 조금 궤맨것 외엔 다른 큰 외상은 없었다. 하지만 맞은 충격이 컸던지 그날 이후는 보성은 많이 달라졌다.

보성은 말이 없어졌다. 평소 나랑은 다소 친하게 지내곤 했는데 그 사건 이후론 나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담임의 질문이나 다른 어떤 사람과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보성이가 맞아서 벙어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담임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다소 두려워 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보성은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계속 창밖의 연못만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시험시간 중에도 말이다. 늘 1등하던 친구가 이젠 완전 꼴찌가 되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뒤 보성은 더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보성의 집도 이사를 가 버렸다고 한다. 우리들도 더이상 보성의 존재를 궁금해 하지 않았다.

몇해 전 나는 버스전용차선 위반이니 경찰서로 나오라는 명령을 받고 경찰서를 방문했다.
구청 단속직원이 찍은 단속사진을 보니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나는 이의신청을 했고 그 사건은 법원 즉심으로 회부되었다. 즉심 재판정은 한마디로 시골장터 같았다.
술취해 끌려온 사람, 지하철역에서 노점하다가 붙잡혀 온 사람, 그리고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삐끼 등 다양하였다. 나처럼 교통법규위반 사건 즉심은 그날 한건도 없었다.
교통법규위반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벌금을 내고 만다고 한다.
벌금 5만원, 구류1일, 구류3일 등 다양한 판결이 계속되었고, 맨 마지막으로 내 사건의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판사가 내 사건 자료를 보고는 한참을 멍하니 있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판사가 뭐라고 하고 나서야 판사는 제정신을 차리고 재판을 계속했다.
구청직원과 나의 설전이 한참 오고 갔다. 판사는 서로 이런 사건으로 여기까지 출두했으니 반반씩 양보하라면서 나에게 3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은 그렇게 끝나고 나는 벌금을 납부하고 법원을 나왔다.

하늘은 한껏 찌푸려 있었지만 나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나는 내 사건자료를 보고 한참을 멍해져 있었던 그 판사가 보성이라는 것을 진작 알아 차렸고, 분명 보성이도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나는 재판후 굳이 보성을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보성이가 지금 저렇게 판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난 족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 이마의 흉터가 더욱 그를 멋져 보이게 했다.

우정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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